아침부터 유난히 마음이 무거운 날이 있었다. 잠을 제대로 잔 것도 아닌데 몸이 축 처지고, 이유 없이 모든 게 버거워 보이는 그런 하루였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었지만 그 속에서 더 외로워졌다.
누구 하나 서로를 바라보지 않고, 다들 피곤한 얼굴로 스마트폰만 보고 있었다. 마치 각자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그 무리 속에 섞여 한숨을 삼켰다.
오늘도 그냥 참고 버티는 하루가 되겠구나 생각하며 지하철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그 순간, 아주 작은 일이 일어났다. 별것 아닌 순간이, 내 하루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1. 아무렇지 않게 건네진 미소
지하철 문이 열리고 나는 빠르게 출구를 향해 걸었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고, 무표정한 얼굴로 사람들 틈에 섞여 있었다. 그런데 계단 위에서 누군가와 눈이 잠깐 마주쳤다.
피하려는 순간, 그 사람은 아주 부드럽게 웃어 주었다. 그 미소는 짧았지만 마음을 두드리는 듯했다. 이유 없이 답답했던 하루에 작은 온기가 스며들었다. 그 미소에는 “잘 버티고 있어요”라는 말이 숨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지만 생각은 그 자리에서 머물렀다. 사람들 사이에서 존재감 없이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 한 번의 시선이 나를 다시 보게 했다. 별 의미 없는 행동 같았는데 내 마음을 움직였다.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이어도, 나에게는 문을 열어 주는 순간이었다. 마음속 어둠이 조금 줄어든 기분이었다. 나는 그 짧은 미소를 계속 떠올렸다. 웃는 얼굴을 기억한다는 것이 이렇게 위로가 될 줄은 몰랐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마음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었다. 누군가가 내게 해준 그 작은 친절이 나에게 힘을 주고 있었다. 그래서 고개를 들고 주변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미소를 건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건네는 미소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버티게 하는 조용한 응원이 될 수 있으니까. 그 작은 선한 영향력이 오늘의 나를 이렇게 바꾸어 놓았다.
2. 마음이 달라지면 보이는 것이 달라진다
지하철 계단을 올라서면서 나는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모두가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조금 전과는 다르게 보였다. 피곤해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사람도 있었다.
바로 그 자리, 그때까지 보이지 않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 기분이 달라지자 사람들의 모습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변화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 마음에서 먼저 시작된다는 것을. 그 한 번의 미소가 내 시선을 바꿨고, 같은 세상이 조금 더 부드럽게 다가왔다.
나는 조금 전까지 세상이 나를 외면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내가 세상을 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그러나 내 마음의 방향이 바뀌자 주변이 달라 보였다.
세상은 여전히 바쁘고, 사람들은 여전히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그 안에 작게 숨어 있는 다정함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변화였지만 그 변화가 나를 살렸다.
무표정하게 지나치는 사람들 속에서도 따뜻함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오늘 받은 이 따뜻한 감정을 흘려보내지 말자고.
누군가에게 말 한마디 용기를 낼 수 없더라도, 눈인사 정도는 건넬 수 있지 않을까. 작은 배려가 누군가의 하루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3. 친절은 돌고 돌아 나에게 돌아온다
회사에 거의 다 왔을 때, 한 동료가 무거운 상자를 들고 버거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잠시 망설였지만 곧 다가가 상자를 함께 들었다. 동료는 놀란 듯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곧 환하게 웃으며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그 순간 나는 짧은 소름이 돋았다. 아까 지하철에서 내가 받은 그 미소를, 내가 누군가에게 주고 있었던 것이다. 큰 노력도 필요 없었다.
단지 손을 조금 내밀었을 뿐인데, 동료의 표정이 한순간에 밝아졌다. 그 변화는 마치 아침에 내가 느꼈던 것과 같았다. 아주 작은 행동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을 눈앞에서 확인하고 나니 가슴 한편이 따듯해졌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까 그 사람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친절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힘든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주거나, 외로운 마음에 작은 관심을 보내주는 것.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저 따뜻한 마음 하나만 있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작은 기적을 선물할 수 있었다. 나는 오늘 누군가의 미소 덕분에 구해진 사람이었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준 사람이기도 했다.
그 사실만으로도 오늘 하루를 견디고 살아갈 이유가 충분했다. 누군가가 내게 건넨 선한 영향력이 또 다른 사람에게 이어지고 있었다. 바로 그 연결이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다. 미소 하나에 담긴 힘이 이렇게 강하다는 걸, 나는 오늘 알게 되었다.
낯선 이의 미소는 보기에는 아무 의미 없어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무너지지 않게 붙들어주는 손길이 된다. 작은 표정 하나가 마음을 흔들고, 꺼져가던 감정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앞만 보고 걷기 바빠 주변을 보지 못했던 나에게, 그 미소는 세상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다시 웃을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그 웃음을 누군가에게 건넬 수 있었다. 그렇게 단 한 번의 친절이, 단 한 번의 웃음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하루를 바꾸는 일은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아주 작은 선의가 누군가의 마음에 불을 밝힐 수 있다. 오늘 내가 받은 그 미소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작은 미소 하나가 세상을 조금 더 다정하게 바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