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보다가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부모님과의 마지막 통화가 몇 달 전으로 멈춰 있었던 것입니다. 늘 ‘언제 한 번 전화드려야지’ 하면서도 바쁘다는 이유로 미루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잊은 채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쌓이자 부모님과의 대화는 문자 몇 줄로만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이상하게 그냥 넘어가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망설임 끝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엄마, 아빠, 잘 지내세요?”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줄 몰랐습니다. “우리 애 목소리 들으니 힘이 나네.” 그 한마디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에 부모님께 먼저 전화를 드리는 일을 습관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통화가 아니라, 마음을 이어주는 다정한 다리가 되었습니다.
1. “괜찮니?”라는 한마디의 힘
그날의 통화는 길지 않았지만 마음속에는 오랫동안 남았습니다. “요즘은 밥 잘 챙겨 먹니?”, “밤에는 너무 늦게 자지 마라.” 언제나 듣던 말이었지만, 그날따라 다르게 들렸습니다. 잔소리 같던 말 속에서도 걱정과 다정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저는 부모님의 사랑을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것 같습니다. 늘 그 자리에 계실 거라 믿고, 표현하지 않아도 다 아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 믿음이 얼마나 큰 사랑 위에 서 있었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제 목소리만 들어도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이네.”, “조금 피곤하구나.” 하며 마음을 읽어 주셨습니다.
그날 이후 부모님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 하루의 일과처럼 되었습니다. 전화를 걸면 “우리 애는 오늘 뭐 했어?” 하는 물음이 돌아왔고, 그 짧은 대화 속에서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부모님의 목소리는 오랜 자장가처럼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말 한마디, 숨소리 하나에도 사랑이 담겨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제 전화를 기다리셨고, 저는 그 기다림을 채워 드릴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부모님과의 통화는 단순한 연락이 아니라 서로의 하루를 이어주는 다정한 다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리 위에서 다시 어린 시절의 따뜻한 품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사랑이 담겨 있었고, 그 소리 하나로 마음이 단단해졌습니다.
2. 부모님의 하루를 듣는 시간
전화를 자주 드리다 보니 부모님의 하루가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예전에는 제가 주로 말을 많이 했지만, 이제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더 많아졌습니다. “오늘은 시장에 갔는데 단감이 참 달더라.” “동네에 고양이가 자꾸 와서 귀엽더라.” 그런 소소한 이야기였지만, 그 속에는 부모님의 웃음과 하루의 온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전에는 그냥 “그래요.” 하고 넘겼던 이야기들이 이제는 귀하게 들렸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의 하루는 단조롭지만, 그 안에는 평온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평온을 저와 나누고 싶어 하신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통화 중 종종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서 네 전화가 제일 반가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려 왔습니다. 부모님의 하루는 기다림이었고, 제 전화 한 통이 그 기다림을 채워 드리고 있었습니다. 그 사실이 마음을 울렸습니다.
이제는 부모님이 어떤 이야기를 하시든 천천히 들어 드리게 되었습니다. 반복되는 이야기라도, 그 안에는 삶의 흔적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목소리를 듣는 동안 부모님과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의 이야기는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세월을 건너온 사랑의 기록이 되었습니다. 그 시간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 배우게 되었습니다.
3. 먼저 전화한다는 것의 의미
이제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는 일은 하루의 작은 의식이 되었습니다. 출근길에는 짧게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잠들기 전에는 “오늘은 어떠셨어요?” 하고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그 몇 마디 속에서도 부모님은 웃으며 “우리 애가 이렇게 잘 챙기니 든든하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이 하루의 마침표가 되어 주었습니다.
예전에는 ‘부모님이 알아서 전화하시겠지.’ 하며 기다렸지만, 이제는 제가 먼저 전화를 걸게 되었습니다. 그 작은 습관 하나가 하루를 다르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마음이 느긋해지고 외로움이 줄어들었습니다. 가족은 함께 있지 않아도, 마음이 닿아 있을 때 더 단단해진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전화를 드리는 시간은 ‘감사’를 배우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부모님이 주신 사랑이 얼마나 크고 오래된 것인지, 그리고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전화를 걸었습니다. “엄마, 아빠, 식사는 하셨어요?” 그 한마디면 충분했습니다. 부모님의 웃음이 들리고, 제 마음이 포근해졌습니다. 이제는 부모님께서 먼저 “오늘은 전화 안 하니?”라고 물으실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 말 속에는 기다림이 아닌 익숙한 행복이 담겨 있었습니다. 부모님께 전화를 건다는 것은 단순한 연락이 아니라, 사랑을 전하는 가장 따뜻한 방법이었습니다. 그 한 통의 전화가 서로의 하루를 이어주는 다정한 다리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 시간은 세상 어떤 약속보다 소중한 순간이 되었습니다.
부모님께 먼저 전화를 드리는 것은 사랑을 배우는 일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받기만 하던 마음을 이제는 돌려 드리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 짧은 통화는 서로의 하루를 이어 주고, 마음을 다독여 주는 다리가 되어 주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언제 한 번 연락드려야지.’ 하면서도 실천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단 1분이라도 괜찮습니다. 그 한 통의 전화로 부모님은 미소 지으시고, 우리의 하루는 조금 더 따뜻해질 것입니다. 부모님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기억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용기 내어 먼저 전화를 걸어 보세요. “엄마, 아빠, 잘 지내시죠?” 그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당신의 하루와 부모님의 하루가 함께 밝아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