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카페에서 커피를 건네받는 순간이었습니다. 평소처럼 무심히 받으려다가 문득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또박또박 건넸습니다. 그 말에 직원 분은 환하게 미소를 보였고, 그 짧은 교환이 제 기분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일상 속에서 감사할 일은 정말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바쁘다는 이유로 표현하지 못하고 지나친 적이 많았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작은 일에도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입에 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감사라는 말은 돈이 들지 않지만 큰 힘이 있고, 상대를 향한 인정과 존중일 뿐 아니라 제 마음을 따뜻하게 돌보는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1. 아이의 질문에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아이들은 하루에도 여러 번 질문합니다. “왜 비가 와?”, “왜 자야 해?”, “왜 하늘은 파래?” 같은 질문 속에는 세상을 알고 싶은 마음뿐 아니라, 부모와 더 가까이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마음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원래 그런 거야”라고 넘기며, 아이의 신호를 놓치곤 했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습니다. “아빠, 비는 왜 와?” 저는 대충 설명하고 지나가려 했지만, 아이의 눈과 마주친 순간 멈춰 섰습니다. 제 말을 기다리는 눈빛 속에는 “나를 봐줘”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 옆에 앉아 천천히 대답했습니다. “구름 속 물방울이 많아지면 무거워져서 떨어지는 거야.” 아주 짧은 대화였지만 그 시간이 우리 사이를 연결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질문은 아이가 부모에게 건네는 손이고, 대답은 그 손을 잡아주는 일이라는 것을요.
질문 하나에 마음을 담기 시작하자, 아이의 말이 사랑의 언어처럼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의 질문 속에는 “나는 소중한 사람인가?”라는 보이지 않는 질문이 숨어 있었습니다. 그 질문에 제가 응답할 때 아이는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얻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의 질문을 서두르지 않고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 작은 시간들이 아이와 저를 잇는 다리가 되고 있었습니다.
2. 서두르지 않는 대답이 아이를 자라게 한다
저는 아이가 질문하면 빠르게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좋은 부모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보다 함께 생각해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말했습니다. “왜 친구랑 싸우면 안 돼?” 저는 짧게 대답했지만 아이는 납득하지 못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래서 되물었습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어?” 아이는 조심스럽게 털어놓았습니다. 싸우고 난 뒤 마음이 아팠다는 사실을요.
질문 뒤에는 감정이 숨어 있었습니다.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보고 이해해주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저는 천천히 물었습니다. “친구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다음에는 뭐라고 말해보면 좋을까?” 아이는 잠시 생각하며 스스로 답을 찾았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말로 정리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힘을 기르고 있었습니다.
천천히 대답해주는 것은 아이에게 “너의 말은 소중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일이었습니다. 부모가 서두르지 않을 때 아이는 자신의 속도로 자라납니다.
정답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함께 걸어주는 태도였습니다. 아이는 질문을 통해 세상을 이해할 뿐 아니라, 스스로를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부모가 멈추어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는 동안 아이는 자신감 있게 성장합니다.
아이의 질문 속 작은 고민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저는 천천히 듣고 천천히 대답하는 부모가 되고자 다짐했습니다.
3. 아이와의 대화가 행복을 만든다
아이와의 대화에 천천히 귀 기울이자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관계의 온도였습니다. 예전에는 아이가 부르면 “잠깐만”이라고 말하며 뒤돌아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이가 부르면 눈을 바라보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그 작은 변화가 아이에게는 큰 차이였습니다.
아이는 자신의 하루를 더욱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이런 일이 있었어”, “나 이거 궁금해.” 아이는 세상에서 만난 감정과 생각을 제게 건네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들으며 아이의 마음 한 조각씩을 더 알게 되었습니다. 그 시간은 제게도 쉼이 되었습니다. 아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하루의 피곤함이 가라앉았습니다.
아이가 스스로의 마음을 믿고 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제 마음이 채워졌습니다. 아이의 질문에 응답하는 시간은 결국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었습니다.
천천히 대화하는 동안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말하는 용기를 얻습니다. “내가 하는 말이 누군가에게 들리고 있다”는 경험은 아이를 밝고 건강하게 자라게 합니다.
아이의 질문은 우리를 더 가까워지게 했습니다. 함께 나눈 말 한마디가 하루의 빛이 되었고,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따뜻하게 감싸주었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말에 머물러줄 때, 아이는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온 마음으로 느끼게 됩니다. 아이와의 대화는 사소해 보이지만 가장 큰 행복을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이의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마음을 여는 신호였습니다. 그리고 그 신호에 천천히 응답하는 일은 아이에게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주는 일이었습니다.
대화의 속도를 늦추면 비로소 들리는 아이의 숨결과 감정이 있습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우리 삶도 늘 바쁘지만, 아이의 한마디 질문 앞에서만큼은 멈출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는 그 작은 멈춤을 사랑으로 기억합니다. 오늘 아이가 묻는 질문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대답해보면 어떨까요. 그 시간이 아이의 마음을 채우고, 부모인 우리의 마음도 함께 채워줄 것입니다.